파일[연구보고서]<2020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인터뷰 자료집: 남성 페미니스트를 발견하고 이야기하고 연결하다>

이한
2023-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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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재단 2020 변화의 시나리오 프로젝트 지원’을 받아 남함페에서 제작한 남성 페미니스트 인터뷰 자료집을 공유합니다. 


<2020년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 인터뷰자료집: 남성 페미니스트를 발견하고, 이야기하고, 연결하다>는 페미니즘 리부트에 영향을 받은 페미니스트들의 목격담과 경험담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2015년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남성 페미니스트는 점차 하나의 정체성으로 부각 되었습니다. 이들은 통칭 ‘남페미’로 일컬어지며 페미니즘을 접하고 변화한 모습을 이야기하거나, 다른 남성을 설득하며 페미니즘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러한 행보는 기록으로 남아 후대의 남성 페미니스트에게 길이 되어주기도 했습니다.


한편 남성 페미니스트의 태도에 대해 비판적인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비판하는 사람들은 남성 페미니스트가 가부장제 아래에 피해자와 가해자의 역할이 명확히 구분될 수 있다고 믿으며 그것을 성별 이분법적으로 가름한 뒤, 젠더화된 역할을 부여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리고 이런 행보는 여성과 남성을 가르는 젠더 이분법 구도를 해체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재생산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고 설명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남성 페미니스트의 행보가 개인의 서사 바꿈에서 멈춘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었습니다. 남성 페미니스트들은 페미니즘 실천을 지극히 개인적인 차원으로 축소해서 기존 경험을 반성하는 것만으로도 실천을 이뤄냈다는 ‘과잉된 자의식’ 속에 빠져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같은 논의들은 남성 페미니스트가 젠더 이분법을 개인의 차원에서 쉽게 해결될 수 있을 거라고 믿으며 그 믿음으로 인해 개인의 실천 이상을 보일 의지도 생각도 없다고 비판합니다.


하지만 남함페는 남성 페미니스트에 대한 비판이 남성 페미니스트를 이성애자 시스젠더 남성으로 상정한다는 점에서 한계를 느꼈습니다. 남성이라는 위치 안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그로인해 그 존재와 행보에 대해서도 섬세한 해석이 필요합니다. 남성이란 위치를 공유하더라도 어느 정체성에 머무느냐에 따라 남성성을 전유하고 비틀고 조롱하는 행위의 의미는 훨씬 복잡하고 다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지금까지의 논의는 남성 페미니스트의 행보를 너무나 단편적으로 바라만 보고 있다는 고민이 있었습니다. 그들이 한때 속죄 페미니즘을 따랐을 지라도 남성 페미니스트는 페미니즘 진영 안에서 함께 있는 현실의 활동가입니다. 이런 활동가들이 페미니즘 이슈가 등장할 때마다 어떠한 입장도 취하지 않은 채 “여성을 비판하면 안 돼” 만을 앵무새처럼 외치진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많은 논의가 남성 페미니스트의 한계를 성급하게 개인의 문제로 소급하곤 한다고 느꼈습니다. 현재 많은 남성 페미니스트가 실천해 온 방식은 탈코르셋을 전시하거나 인증하는 페미니스트들의 실천과 맥을 같이합니다. 물론 페미니즘 리부트 이후 페미니스트의 실천 역시 개인의 실천으로 끝난다는 점에서 비판받았습니다. 하지만 그 비판은 개인에게 각성을 요구하기보다 왜 현재의 페미니즘 지형이 이러한 모습으로 나타나게 되었는지를 성찰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나 ‘남페미’를 비판하는 목소리는 많은 경우 남성 개인들을 문제의 원인으로 진단하였고, 남함페는 이후의 행보에 조언을 제시하기 위한 추가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지금까지 남성 페미니스트를 둘러싼 담론은 남성 페미니스트의 행보에 주목하기보다 남성이라는 위치와 기표만을 부각하며 활용하였던 맥락이 존재합니다. 이런 점에서 남함페는 현실의 남성 페미니스트가 무엇인지 발굴해 내보고자 했습니다. 단순히 이성애자 시스젠더 남성인 페미니스트를 가시화하기보다 그동안 남성성을 고민하고 성찰하는 페미니스트의 활동에 주목했습니다. 그리고 늘 ‘남페미’로만 호명된 남성 페미니스트들이 페미니즘 진영에 실재하는 활동가로서 어떻게 페미니즘을 접했고 실천해왔는지를 기록했습니다.


이와 같은 기록이 현재 남성이란 위치를 고민하면서도 실천을 이어가려는 사람들에게 현재의 위치를 상상하고 힘을 얻을 수 있는 밑거름이 되길 바라며 자료집을 공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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