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연구[벌거벗은 남자들]서울지방법원 폭동, 페미니즘 없이 이야기할 수 없다

이한
2025-01-30



12.3 비상계엄 이후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습니다. 지난 서울지방법원 폭동은 혼란의 정점을 보여주는 듯 했는데요. 그 이후 해당 사건을 둘러싼 다양한 해석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개중 '이대남'에 대한 이야기가 참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마냥 이들을 낙인 짓는 표현이 괜찮은 건지, 그렇다고 또 그냥 냅둘 수도 없어서 고민입니다. 그래서 써보았습니다. 이번 벌거벗은 남자들 원고를 함께 읽고 이야기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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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방법원 폭동, 페미니즘 없이 이야기할 수 없다> 
_이한 (남함페 활동가) 



12월 3일 '비상계엄'이라는 초유의 사태로 나라를 뒤집어 놓은 지 거의 40여 일이 넘어서야 우여곡절 끝에 윤석열이 체포, 구속됐다. '마침내'라는 말이 절로 나왔지만,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난 1월 19일 발생한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폭동이 일어났다. 사람들이 계속 묻는다. 서부지법 폭동에 남성 청년들이 그렇게 많다던데, '이대남' 대체 왜 그런 건가요?' ... 



이런 문제 인식 앞에서 '그러니 남성도 구조의 피해자다'거나 '그래서 남성은 안된다'는 결론은 타당하지도 않고 무용하다. 또한 실천 없는 비판은 비난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어쩌라는 말이냐는 물음에 나는 단연코 소통이라고 말한다. 지난해 남해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에 성평등 강의를 다녀왔다. 남자 청소년의 저항으로 골머리를 앓는 선생님의 염려에 각오하고 교실에 들어갔다. 시작하자마자 "성매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요?"라고 물으며 자신들이 꽂혀 있는 성매매에 대한 주제부터 '여가부', 군대 이슈 등 전형적인 질문을 이어갔다.



저항으로 포장되어 있지만 속내는 '남자다움'에 대한 막연한 불안이 투영되어 보였고 막상 그 주장의 근거도 허술하기 그지 없어서 하나씩 차근히 설명하며 교육을 이어갈 수 있었다. 수업 끝을 알리는 종이 친 이후에도 가장 질문이 많았던 한 학생이 계속 비슷한 질문을 이어가다가 울상을 지으며 "아 선생님 못 이기겠어요"하며 탄식했다. 그 답답함이 이해가 가면서도 우스워 "아니, 우리 언제 싸웠어요?"라고 되묻자 다들 빵터지며 다음에도 꼭 다시 와달라는 기약을 받으며 헤어졌다. ...



"'이대남'이 문제다!"라고 말하면서 이를 한 세대 남성 전체의 문제로 납작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사실도 아니고 옳지도 않거니와 효과도 없다. 도리어 그 호명 자체가 비슷한 청년 남성들을 결집하게 만들거나 다른 의견을 지닌 청년 남성을 반발, 위축되게 만들지 모른다. 무엇보다 이들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가 아니다. 극우적 생각과 행동을 하는 젊은 남성은 언제나 있어 왔다. 타자화를 통해 책임에서 벗어나려 하기보다 함께 살아갈 수밖에 없음을 인정하고 변화를 만들기 위한 스스로의 역할을 먼저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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