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모임망세책 시즌4 세 번째 후기

남함페
2023-07-21
[망세책 시즌4 두 번째 후기]

7월 19일, ‘망한 세상에서 책 읽기’ 모임에선 『사랑은 사치일까』 11장부터 15장까지 진행하였습니다. 

석류님의 후기입니다!


벨 훅스는 '단일한 배타적 관계를 넘어 확장된 유대 관계를 바탕으로 한 집단적 사랑이 최선임을 진심으로 깨달았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런데 우리를 둘러싼 삭막한 현실 속에서 그런 사랑을 상상하기란 좀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무래도 그런 사랑은 마치 한 폭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현실 속엔 존재하지 않을 것만 같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는 우리에게 저자는 '많은 이가 가족이나 낭만적 관계에서보다 우정의 맥락에서 사랑을 배운다'며 자신이 말하는 사랑은 말하자면 '낭만적 우정', '연대(Communion)'와 같은 관계라고 차근차근 이야기를 건네 옵니다. 아무래도 '이성애적이고 가부장적인 문화에서는 결혼을 통한 남녀 간 관계만이 유일하게 허용되고 가치를 인정받'기 때문에 우리로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저자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다 보면 우리에게 그런 사랑이 절실하다는 것을 차츰 깨닫게 됩니다.


너무 많은 사람(특히 남성들)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않고, 지배를 통해 상대방의 자아실현을 가로막고, 때로는 폭력까지 사용하면서 그런 행위에 사랑이라는 이름을 붙입니다. 저자는 그것이 사랑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이야기합니다. 사랑은 오히려 서로의 영혼과 정신을 보듬는 것입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며, 서로의 자아실현을 돕는 관계가 사랑입니다. 이런 사랑의 관계를 구축하는 데 있어서 서로의 성별이나 성관계의 유무, 서로가 제3자와 관계 맺는 방식은 중요할 수 있지만 본질적인 것은 아닙니다.


벨 훅스의 사랑 이야기를 듣다 보니, 평소 사랑이라고 부르지 않았던 관계 속에 은밀히 녹아 있던 작은 사랑의 씨앗들이 조금씩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묵묵히 내 말을 들어주고 눈물을 닦아주던 친구에게 내가 받았던 위로가 그 사랑의 씨앗은 아니었을까? 멀리서 바쁘게 살아가지만 늘 나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친구의 메시지에서 받았던 용기가 그 사랑의 씨앗은 아니었을까? 은밀히 받아온 사랑의 씨앗들이 제 심장 속에서 싹이라도 트는 듯 가슴 한 켠이 따뜻해져옵니다.


'망세책'이라는 이름으로 책모임에 함께해주신 여러분께 정말 고맙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오랫동안 꺼내 보이고 싶었던 제 솔직한 마음을 안전하게 꺼내 보일 수 있는 소중한 공동체가 생겼다는 사실이 정말 기쁩니다. 저희가 이 공동체 속에서 서로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서로를 성장시키며, 자아실현을 돕는 연대의 관계가 되어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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