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한 세상에서 책 읽기] 시즌4 - 다섯 번째 책 후기
남함페의 정기적이고 장기적인 책 모임 망세책의 1월 3일 책모임 <학교에 페미니즘을> 후기를 공유합니다.
#활동가하영의말
초등성평등연구회, 『학교에 페미니즘을』, 마티, 2018, pp.1-87
“제가 언제, 어디서든 선생님에게 세상에서 가장 큰 하트를 보낼게요!”
마지막 수업을 끝내고 문을 나섰을 때, 한 아이가 내게 해준 말이었다.
나는 여태껏 저 말보다 더 멋진 사랑의 언어를 들어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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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철학자다. 이 말은 아동 대상 철학 교육에서 당연시되는 문장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왜 철학자인가. 그건 아이들의 사고가 하나에 국한되어 있지 않은 채 더욱더 멀리, 넓게 펼쳐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사사로운 것에 질문을 던지곤 한다. 하늘은 왜 파란색인지. 왜 저 해와 달은 항상 나를 쫓아오는지. 이 개미 떼는 어디를 향해 가는지. 그 물음들은 그저 귀찮게 여겨질 지루한 질문일 수 있지만, 반대로 생각해 본다면 언어적 개념에 대해 고찰해볼 수 있고, 과학적 탐구에 몰두해볼 수도 있으며 생물학과 진화론적인 측면으로도 논의할 수 있다. 아이들은 모든 것에 질문하고, 이는 곧 철학의 시발점이다.
그러니 그런 아이들에게 가해지는 가부장제의 성별 이분법과 이성애 제도는 얼마나 편협한가. 아이들은 자신이 원하는 색상을 고를 수 있다. 빨간색, 주황색,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 등등 원하는 색의 펜과 노트, 가방과 장난감을 가질 수 있다. 하지만 여자아이는 분홍색을, 남자아이는 파란색을 갖게 되는 세상 속에서 아이들은 그것이 ‘옳다’고 믿고 따르게 된다. 자신들의 생각이 있지만, 그것보다 막강한 어른의 생각이, 또 그것보다 막강한 가부장제의 권력이 아이들을 짓누르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아이들에게 어떤 방식으로 교육하면 좋을지에 대한 초등학교 교사들의 고민과 그들만의 답안이 기재되어 있다. 완벽하게 옳은 답은 아닐지언정, 적어도 결과가 성공적인 답안이었음은 책의 내용을 통해 알 수 있다. 오히려 아이들에게 가부장제 개념을 주입하는 교사 및 보호자도 존재하나 책의 앞부분에선 그런 부분에 초점을 두기보단 이미 그 개념을 주입받은 아이들을 이야기한다. 그러니 책을 읽으며 ‘아이들이 이렇진 않은데?’, ‘오히려 아이들이 더 가부장제의 모순을 지적하는데?’라는 생각이 든다면 책을 비난하고 부정하는 것 대신, 그런 아이들을 더욱 지지해주고 응원해주자. 나라의 꿈과 미래라고 일컬어지는 아이들이 편협한 사고 속에서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순 없다.
아이들에게 저마다의 생각이 있음을 존중하고, 아이들의 질문에 “글쎄? 왜 그럴 것 같아? 한번 생각해 볼까?”하고 물어보자.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들의 세계가 얼마나 넓은지를 이해하게 될 것이고, 동시에 제 생각이 얼마나 좁았는지를 깨닫게 될 것이다.
[망한 세상에서 책 읽기] 시즌4 - 다섯 번째 책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