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강의[신-남성 연애戀愛 스쿨] 3강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떡하지?(by. 정민)" 후기

하영
2024-01-12


해당 글은 2023년 06월 17일.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신-남성 연애戀愛스쿨]에서 정민 님이 진행하신
3강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떡하지?"의 강의 후기 입니다.






남성은 자신이 파트너를 만족시키길 원한다.
하지만 정확히는, 상대를 ‘만족시킬 줄 아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남성 섹슈얼리티 말하기’는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이하 남함페)의 핵심 의제다. 


2022년 <남성 섹슈얼리티 현실 말하기 연구보고서>를 발간한 것도 그렇고, 2023년 3월 미디어 플랫폼 얼룩소에서 시작된 연재 프로젝트 <벌거벗은 남자들: 새로 쓰는 남성 섹슈얼리티>만 봐도 그렇다. 그 내용은 대부분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성통념과 다르다. 남성 성적 판타지의 근거지처럼 보였던 ‘첫 경험’은 실상 실패와 두려움의 역사였고, 일관되게 위풍당당할 것 같았던 성욕과 섹스에 관한 태도 역시 제각각 상이했으며, 그에 따른 부담과 어려움의 고백 역시 적지 않았던 것이다.


신남성 연애스쿨 3강 역시 이러한 인식을 토대로 기획됐다. 3강의 부제인 “상대를 만족시키지 못하면 어떡하지?”는 그야말로 현재의 남성 섹슈얼리티를 가장 잘 나타내는 말이다. 남성은 자신이 파트너를 만족시키길 원한다. 하지만 정확히는, 상대를 ‘만족시킬 줄 아는’ 자신의 모습을 원하는 것이다. 즉 상대를 ‘자신이 아니면’ 만족할 수 없거나, 스스로 만족해서는 안 되는 존재로 여겨는 것과 같다. 각자 만족하면 될 일을, 왜 이렇게 번거롭게 생각하는지 몰라 고개를 갸우뚱할 수도 있다. 


맞다, 남성들의 심산은 사뭇 복잡하고, 참 어렵게 만난다. 
그래서 이 강의가 필요했다.



🌟



3강은 5개의 퀴즈로 시작된다. 
섹슈얼리티라는 사적이면서도 정치적인 영역을 다루기 때문에, 분위기를 누그러뜨리고자 퀴즈를 준비했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G스팟의 G는 Gorgeous(아주 멋진)의 줄임말이다.”, 정답은 O 또는 X. 답은 뻔하게도 X이다. G스팟을 발견했다고 ‘여겨지는’ Ernst Gräfenberg라는 학자의 이름을 딴 것이다. 퀴즈는 재미와 신선함도 주지만, 이 강의의 주제의식을 담기도 했다. G스팟은 정치적이지 않은가. 실체도 명확하지 않은 특정 개념을 두고 근거 없는 억측과 공략법(?)이 난무하니 말이다. 더군다나 이 난장판이 이뤄지는 공간은? 여성의 몸이다.


다음은 만족스러운 섹스란 무엇인지 다루었다. ‘섹스 = 만족’ 이라는 공식은 실제로 항상 성립하는지를 묻고,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기 위해 <남성 섹슈얼리티 현실 말하기 연구보고서>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의 게시글을 인용했다. 이어 실제로 오늘 교육에 참여한 우리의 경험은 만족스러웠는지를 비밀로 적는 ‘섹스박스’ 활동을 이어서 했다. 섹스와 관련된 경험담을 실제 상자에 담아서 섹스박스이기도 했고, 남성이 학습된 남자다움에 사로잡혔다는 것을 상징하는 맨박스에서 따온 것도 있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과대포장된 섹스에 대한 왜곡이 있으니 말이다. 익명으로 모인 섹스박스를 열고, 참여자들과 나누자 장내는 웃음바다가 되거나 탄식이 나오기도 했다. 탄식을 자아냈던, 좋지 못했던 성경험에 대한 쪽지는 한데 모아 준비한 수동 세절기를 활용해, 갈아버리기로 했다. 참여자 자원을 받아 분쇄하기도 했다.


그 다음으로 정말 만족스러운 관계를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지 탐색했다. 그것은 당연하게도 무턱대고 힘을 과시하거나, 억지로 무드를 잡는 것이 아니다. 성적인 즐거움이 어떤 원리로 발생하는지를 잘 이해하고(정확한 성지식), 적절한 반려가전과 섹스 토이를 활용하며(자원 활용), 상대의 취향과 경험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다(의사소통). 나아가 파트너와 고유한 섹슈얼 코드를 만들어 나가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섹슈얼 코드는 다른 사람들은 알아차릴 수 없는, 파트너 관계 안의 고유하고 개별적인 성적 언동을 의미한다. 이러한 성적 의사소통이야 말로 애정과 친밀함을 깊이 나눌 수 있는 방법이며, 가장 아름답고 인간적인 것임을 전달했다.


‘섹스의 재구성’ 활동은 본 강의의 이다. 정형화된 섹스의 순서와 방법에서 벗어나, 나의 성적 판타지를 만족시킬 수 있는 섹스 방법을 주어진 단어 카드와 직접 적는 단어 카드를 활용해 짜보는 것이다. 이를 통해 섹스의 만족감뿐만 아니라 성적 욕망, 의사소통, 동의, 안전까지 아우르는 섹슈얼리티 전반을 다루고 소통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사랑 그 자체에 대한 관점을 넓히는 ‘사랑의 오각형’ 활동도 진행되었다. 로맨틱(로맨틱한 끌림의 관계), 에스테틱(외모에 끌림), 센슈얼(성적이지 않은 애정표현만 선호), 플라토닉(친구로서 친밀해지고 싶음), 섹슈얼(성적으로 끌림)의 다섯 가지를 토대로 사랑의 오각형을 그려, 나는 어떤 관계를 선호하는지 탐색하고 공유하는 활동이었다. 사랑의 오각형을 끝으로, 강의는 성적 만족은 즐겁고 건강한 삶(wellness)을 위한 중장기적인 생애주제이며, 인간으로서 주어진 성적권리를 잘 누리면서 살자고 다짐하며 끝맺었다.


모두가 깊은 수준의 애정과 친밀감을 사는 내내 경험하며 살기를.
상대를 만족시키려 전전긍긍하기보다 평등한 의사소통 위에서 불편을 불편이라 말하고, 
만족을 만족이라 표현할 수 있기를 바라며. 


다음 강의에서 만나요! 🖐️




by. 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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