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연구[벌거벗은 남자들]‘여성판 N번방’은 ‘N번방’이 될 수 없다

이한
2024-06-06
교육을 다니다보면, '여성과 남성이 받는 차별을 반반씩 골고루 넣어달라'는 요청을 자주 받습니다. 교육 참여자도 여성과 남성 피해가 반씩 나오지 않으면 '편향된 교육'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여성과 남성이 절반씩 살고 있고 실제 남성 피해자도 있으니 교육도 같은 층위로 이야기해야 '중립적'인 걸까요? 그렇다면 인종차별과 관련한 교육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흑인과 백인을 같은 차별을 겪고 있나요? 장애차별 이야기에서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겪는 차별을 같은 빈도로 다루는 게 과연 중립적인 걸까요? 생각을 조금만 바꿔보면 이러한 주장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금방 알 수 있습니다. 

이번 S대에서 발생한 N번방 사건 이후, 이른바 '여성판 n번방 사건' 언급하며 '여성들은 뭐가 다르냐'는 목소리로 문제의 본질을 희석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온라인 공간이라는 것을 제외하고는 사건의 심각성, 만연함 등 전반에 있어서 비교할 수 없는 문제를 두고 동시에 언급하는 것은 중립을 빙자하여 작금의 폭력 사태를 외면하고자 하는 마음을 보여줄 뿐입니다. 기울어진 비탈길에서 중립은 그 자체로 차별받는 소수자의 목소리를 지우는 결과를 야기합니다. 이번 여성신문 원고, 기계적 평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벌거벗은 남자들]‘여성판 N번방’은 ‘N번방’이 될 수 없다


우리는 중립을 지키려는 욕구가 있다. 한쪽을 선택함으로써 발생할지 모를 갈등을 피하고 싶은 마음이다. 치킨의 양념 반 후라이드 반, 중식당의 짬짜면은 그런 사정을 그대로 반영한 식문화일 것이다. 사실 어떤 사안을 판단함에 있어 양측의 입장을 듣고 심사숙고하는 것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양비론은 그렇게 등장한다. 둘 다 똑같이 문제가 있다는 입장은 그 자체로 공평해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 사이에 힘의 차이가 있을 때, 양비론은 폭력이 되기도 한다. 


...왜 유독 젠더 이슈에서는 기계적 평등을 철저히 고수하려는 경향이 나타날까? 여성이 겪는 차별의 실태를 드러내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여성이 겪는 문제, 곧 남성이 관계된 문제가 아니라 두루뭉술한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어야 구체적인 피·가해의 양상과 힘의 차이가 감춰진다. 또 양쪽의 문제라야 사회문제가 아닌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심리적 여건이 조성된다. 모두가 평등하고 모두가 똑같은 선택을 내릴 수 있는데, 합리적인 선택을 내리지 못한 개인들의 문제로 사건을 쉽게 결론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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