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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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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연구[미스터 페미니즘] 여러분이 가야할 곳은 교보문고가 아닙니다.

2026-06-09

안녕하세요, 여러분!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이 여성신문 정기연재 시즌2 <미스터 페미니즘>이 꾸준히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스터 페미니즘>에서는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일상 등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남성성은 무엇인지 함께 탐구하고 상상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최근 이슈가 되었던 이른바 '교보문고 번따' 현상에 대해 썼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공공장소에서 호감을 갖게 되는 사람에게 연락처를 묻고 다가가는 것 자체를 철저하게 문제삼고 금지시키기는 어렵다. 다만 두 가지 측면에서 따져볼 것이 있는데, 하나는 낯선이의 다가섬이 상대에게 단지 불편을 넘어 안전한 일상이 지켜지지 못하는 경험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교보문고가 가지고 있는 문화적 공공성을 단지 사적 목적, 그것도 타인의 경계를 넘어 관여하기 위해 이용한다는 것이다. 사실 여성을 만나기 위해 교보문고를 간다는 발상 자체가 다소 거북한 이유는, 교보문고가 단지 번따를 하는 공간이 아닐뿐만 아니라, 이곳에서의 헌팅 행위가 독서문화 향유와 휴식이라는 특성과 대치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사 여성에게 접근해서 번호를 물어보겠다는 의사가 있더라도 적어도 요즘 세상 돌아가는 흐름을 베스트 셀러 매대를 통해 읽겠다든지, 필기구라도 사겠다든지 하는 어떤 맥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독서모임을 예로 들어 보면 이 지점이 더 선명해진다. 연애에 대한 욕구가 있어, 사람과의 접촉점을 늘리기 위해 독서모임을 방법으로 선택할 수 있다. 자발적인 구성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연애 금지!'라는 규칙을 정해두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우스운 일일 테니까.

그러나 그렇다고 하더라도 책은 구매하고, 오늘 모임에서 정한 목차까지는 성실하게 읽고 가야 한다. 그리고 책모임의 테두리 안에서 책과 관련된 나를 어필해야 한다. 이게 최소한의 예의라는 것이다. 책과 모임의 운영은 안중에도 없고 오로지 모임 안에서 매력적인 여성을 물색하는 데 혈안이 되어서는 곤란하다. 그런대 교보문고 번따를 부추기는 문화와 이를 또 실행에 옮기는 이들에겐 이런 최소한의 염치가 없다.

(중략)

두 사람이 가까워지게 된 것은 삶이 포개지는 순간들 속에서다. 변은아의 남자 취향에 황동만이 부합해서가 아니다. 황동만은 그의 삶을 억척스럽게 살아내고 있었고, 변은아도 그랬다. 그렇게 하루 하루 버티며 살아내는 두 삶의 경로가 이어지는 교류의 공간은 기찻길 선로 차단선 앞이다. 여기서 두 사람은 서로가 얼마나 삶을 온힘을 다해 버텨내고 있는지 알아차리고, 그 감정을 나눈다. 서로가 서로의 삶의 단서들을 발견했기에 기찻길 선로에서의 멈춤이 의미있는 순간으로 탈바꿈되었다. 이런 과정에서 애틋함과 연민의 감정 그리고 동질성이 자라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사실 우리의 결핍은 접촉이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요즘 뜨는 핫플'이 아니라, 삶이 겹쳐지는 순간들이 더 많아지도록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다. 낯선이에게 '짜잔'하고 나타나는 것도 가능은 하겠지만, 관계 맺기의 영역을 확장하고, 네트워크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를 드러내보여야 한다. 우리 모두가 장소를 왜곡하고 오해하는 대신, 부디 우리 자신의 삶의 비중을 두고 있는 곳에서, 중요한 접촉적 단서들을 발견하길 바란다. 내 삶이 있는 곳에 인연도 있기 마련이니까.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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