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ries

남성과 함께하는 페미니즘의 이야기를

읽어보세요

학술연구[미스터 페미니즘] 홍명보 전 감독을 위한 변명

2026-07-28

안녕하세요, 여러분!

‘남성과함께하는페미니즘’이 여성신문 정기연재 시즌2 <미스터 페미니즘>이 연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미스터 페미니즘>에서는 영화, 드라마, 소설, 만화, 일상 등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다양한 인물들을 통해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남성성은 무엇인지 함께 탐구하고 상상해보고자 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얼마전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서 사퇴한 홍명보 전 감독에 대해 이야기해보았습니다.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드립니다! 🙏


조별리그 탈락 후, 그는 입장문을 읽고 질의응답조차 받지 않은 채 주머니에 손을 꽂고 회견장을 빠져나갔다. “감독이라는 자리는 결과 앞에서 어떤 설명도 있을 수 없는 자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오늘 저는 설명보다 책임을 말씀드리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설명하지 않는 책임은 언뜻 결기 있어 보이나, 실은 극한의 무책임이다. 공적 리더가 설명하지 않는 것은 책무 방기다. 결과를 해명해도 모자랄 판국에, 해석마저 떠넘긴 것이다.

같은 조별리그 탈락국인 우루과이의 비엘사 감독은 약 100분간 기자들의 날카로운 질문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잉글랜드의 투헬 감독도 ‘맹활약하는 선수들을 왜 뽑지 않았느냐’는 까다로운 질문에 자신의 전략과 선수 운용 계획으로 논리적으로 답했고, 잉글랜드는 현재 월드컵 4강에 올라 있다. ‘제대로 설명하는 것’이야말로 더 어렵고 더 용기 있는 책임임을 보여준 셈이다.

홍명보 전 감독은 침묵과 무뚝뚝함을 권위로 착각하는 것 같다. 공항에서도, 취재진 앞에서도, 라커룸에서도 그는 설명하지 않는다. 팬들은 ‘무전술’이라 일갈하지만, 어쩌면 설명이라는 감정 노동이자 소통 노동을 회피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언제나 고개를 빳빳하게 드는 그에게서 ‘한번도 절실하게 설명해야 하는 위치에 있어본적’ 없었던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

현역 시절 체력과 신체 능력을 바탕으로 맹활약한 차두리 전 프로축구 선수는 ‘로봇’이라는 별명으로 불렸지만, 감독이 된 지금 누구보다 인간적인 면모로 선수들을 살뜰하게 챙겨 주목을 받았다. 특히 그가 FC 서울 유스 강화 실장으로 일하며 유소년 축구 선수들에게 조언했던 영상은 큰 화제가 되었다. “재밌게 해, 열심히 하고, 모르는 건 물어보고, 안 되는 건 계속 해봐, 지금 실수해도 돼”라는 차 감독의 지도는 프로 축구 선수를 꿈꾸는 현장의 유소년 선수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에게도 ‘저런 리더가 필요하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했다.

홍명보 전 감독과 차두리 감독 중 누가 더 나은지 비교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축구를 자주 전쟁터에 비유하고,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위계와 서열 그리고 권위가 뚜렷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다. 그런데 조직력과 체계성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자주 놓친다. 그것은 커뮤니케이션에서 나온다. 좋은 커뮤니케이션은 무게감을 갖고 근엄하게 한 두 마디를 내놓는다고 달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남성적이지 않은 것으로 여겨지는, 세심한 챙김과 상대가 놓인 상황에 대한 고려, 그리고 지속적이고 상호적인 설명과 감정 교류에서 나온다. 이를 두고 뻔하다고 여길 수 있지만 실로 지키는 리더는 몇 없다. 그래서 대체로 많은 조직은 지속 가능성과 유대를 잃고 개인들은 조직을 신뢰하지 못하게 된다.

홍 전 감독을 둘러싼 국민적 분노는 결국, 권한과 책임을 가진 이들이 제대로 된 인식과 해결 능력 없이 ‘책임감’만 운운하는 세태를 보여준다. ‘설명하는 책임’을 보여줘야 하는 공적 위치에 오른 남성이 단지 자리만 박차고 나서는 일이 반복될 때, 한국 축구, 나아가 우리 사회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마주해야 하는 지독한 현실은 권위를 앞세우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는, 한국 남성성의 비극과 실패다. 이 점을 짚지 않는다면 한국 축구의 쇄신 역시 없을 것이다.


출처 : 여성신문(https://www.womennews.co.kr)


👉클릭 : 기사 링크

aba8ff448046d.jpg



대표 : 이 한

개인정보관리책임자 : 김태환

일시 후원: 1005-403-861975 우리은행

femiwithhim@gmail.com

📩 성교육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