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폭력을 개인화하여 이야기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폭력은 분명한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폭력이 어떤 방향으로 흐르는지, 그게 어떻게 재생산되는지 함께 고민하지 않으면, 그 굴레를 끊어내기란 어려울지 모릅니다.
[벌거벗은 남성들] 그토록 싫었던 아버지의 술주정을 따라하고 있었다
대학 선배는 이유도 없이 술집 뒤에서 폭력을 행사했다. 존경했던 교수님은 자신의 심기를 건드렸다는 이유로 소리를 지르며 손을 들어올렸다. 가부장의 언어는 평소에 좋은 선배, 선생님으로 모습을 감추고 있다가 그들의 심기를 건드릴 때 갑자기 찾아와 내 몸을 얼어붙게 했다.
더 최악은, 그토록 싫었던 할아버지・아버지의 술주정, 소리를 지르며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포로를 심문하는 심문관을 나도 비슷하게 흉내 내고 있었다는 것이다. 나의 할아버지와 아버지는 술에 취하시면 꼭 할머니나 어머니, 자식들에게 언어폭력을 행사했다. 그 기저엔 폭력을 통해 가부장으로서 긴장과 불안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있었다.
그들과 같은 길을 걷는 건 아닐까. 불안과 염려가 나를 괴롭혔다. 하지만 이를 페미니즘 언어로 풀어내자, 과거의 상처는 나와 가족만의 문제가 아닌, 남성 가부장이 행사하는 권력의 문제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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